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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출범 1년, 공무원저널 수험가 여론조사

공무원저널이 인사혁신처 출범 1년을 맞아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무원 수험생 중 다수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에 일고 있는 ‘채용 혁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9급 시험에 헌법을 필수과목으로 도입하거나 향후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여론이 비교적 팽팽했다.

▲ 시험과목 개편, 팽팽한 기 싸움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현 9급 필기시험 과목의 개편에 대한 찬반 여론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선 9급 필기시험에 헌법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질문엔 45.3%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현행 5과목 체제를 유지할 경우 찬성한다는 의견도 30.2%였다.

5과목 체제 유지와는 상관없이 헌법 필수과목 지정에 찬성하는 입장까지 감안하면 54.6%가 헌법 필수과목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헌법 필수과목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힌 수험생 이 모씨는 “현행 9급 시험에서 헌법을 추가하려면 기존 5과목 중 현장 활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과목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헌법을 넣어야 한다”면서도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행정예고를 하는 등 사전 절차를 준수해 수험생들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수험생 김 모씨는 “헌법을 도입할 경우 강의를 추가로 들어야하고 판례특강, 종합강의, 각종 부속법령집과 조문집을 사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시생들의 지갑을 더욱 털어가는 꼴”이라며 헌법 필수과목 도입으로 인해 수험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국가공무원 7급에 한해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향후 9급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가 54.1%로 ‘찬성’ 45.9%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다.

수험생 최 모씨는 “영어 과목을 폐지하고 토익 등의 점수로 대체하는 것은 ‘영어’에 대한 변별력을 없애 다른 과목의 커트라인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섣부른 과목 개편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 선택과목 제도 “이게 최선인가요”

고교 졸업자의 원활한 공직진출을 위해 도입된 고교 선택과목은 직렬 간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공무원으로서 필요한 ‘전문성’이 약화되면서 실무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신입공무원들이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선택과목 제도에 이미 적응 중인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선택과목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세법과 회계학, 형법 등 분야별 전공과목을 필수로 되돌려야 하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수험생은 84.8%로 ‘아니다’라고 답변한 수험생의 비율(15.2%)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53.8%가 현 공무원 시험과목(9급 일반행정직 기준) 중 공직업무 활용도가 가장 낮은 과목으로 사회, 과학, 수학 등과 같은 ‘고교 선택과목’을 지목했으며 34.7%는 영어를 꼽아 해당 과목의 난이도와 시험과목 조정의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수험생 안 모씨는 “고졸 출신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고졸 출신의 진입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공직진출 이후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이도에 따른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처럼 표준점수제를 도입했지만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100분 안에 전 과목을 풀어야해 점수의 편차는 해소할 수 있어도 과목 선택에 따른 시간 배분의 유불리가 있다”며 선택과목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 ‘혁신’이라 쓰고 ‘부담’이라 읽는다

인사혁신처 출범 이후 생겨난 공무원 시험제도의 변화(면접시험 강화, 가산자격증 폐지 등)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컸다. ‘매우 긍정적’, 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수험생이 17.1%에 불과한 반면, ‘매우 부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한 수험생은 64.5%에 달했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수험생은 39.5%로 ‘부정적’이라고 답한 수험생(25%)보다 14.5%포인트 많게 나타났다. 수험생들의 대다수가 인사처의 ‘혁신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저널이 수험생들로부터 채용제도 전반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수집한 결과,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한 말은 ‘부담’이란 단어였다. 의미적으로는 ‘경제적인 여건’을 우려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고, 이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을 걱정하는 의견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수험생 박 모씨는 “9급 다섯 과목 기본서만 해도 5천 페이지다. 인사혁신처는 구직자의 학습 부담과 강의료 및 책값 등의 부담은 생각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9급 공채는 수능 다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치르는 시험인 만큼 기존 정책을 정부 바뀔 때마다 바꾸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수험전문가는 “정부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수험생들로 하여금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수험생들에겐 가장 큰 공포일 것”이라면서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년 실험하듯 채용제도를 바꿀 경우 훌륭한 인재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공직에 등을 돌릴 수도 있는 만큼 채용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 출처 : 공무원저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