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합격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합격하기까지 다른 누구 못지않게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지나고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네요...
수험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힘들었던 시간이어서 처음 합격자수기를 써달라는 제의에도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도 합격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2004년 대학원을 휴학하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 했을 때만 해도 2년 정도면 합격해서 금방 결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국어, 영어도 그리 떨어지는 실력은 아니어서 수험생활을 시작하는데 그리 부담도 느껴지지 않아 한 1년 정도만 바짝 하면 합격하리란 마음에 첫 해 지방직 시험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수험생활을 1월부터 시작한 수험생들은 알겠지만 1월부터 시작했을 경우 기본서를 한번 정독하고 문제풀이를 조금 듣다보면 어느새 시험장에 가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첫해 시험의 결과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커트라인에서 거의 2점정도 차이였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수험생활의 장기화를 가져오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첫해 시험이었던거 같았다. 거의 훑어보는 수준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쳤었는데 결과가 커트라인에 근접했었으니...결국 그것은 자만을 가져왔고 그해 하반기는 공부하러가서 친구하고 놀았던 기억이 더 많았다.

첫해가 수험생활은 장기화를 가져온 예고편이었다면 2년째는 기존의 실력을 갉아먹었던 시기였었다. 어이없는 자신감으로 공부보단 친구하고 놀았던 결과로 첫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나름 공부쪽엔 자신이 있었던 나이기에 그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시험이후 난 자신감을 상실했던 거 같다.

하지만 수험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길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첫 도전이었기에 합격 말고 다른 생각은 일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었기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합격하나만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그해 하반기부터 다시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였고 3년째 시험치기 직전엔 모의고사 점수가 평균적으로 90점 이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시험공부가 생각되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시험치기 2주전부터 시험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얼마나 심했던지 거의 매일 청심환을 먹으면서 공부해야 했었고 결국 행정학의 경우 생각했던 만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참 시험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던 기간이 이 시기였었다. 그 자그마한 실수하나, 행정학 정리의 부족이 가져온 건 결국 1점차 낙방이었다. 그 당시 행정학 점수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평상시 아무리 못해도 최소 80점은 나왔던 과목이었고 시험이 그리 어렵지도 않았던 상황이어서 더더욱 실망이 컸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수험생활 4년차...그야말로 장수생의 길에 접어든시기였다. 수험생활을 오래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좀 열심히 한 사람의 경우 이때쯤엔 거의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게 다 아는거 같아 보이고 기본서는 등한시하게 되며 거의 문제풀이에 의존하는 경향도 짙어지는거 같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시험기간이 오래되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원선생님들이나 주위 오래한 친구들과 얘기를 들어본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듣게 된다. 하지만 왜 그런가는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그리 쉽게 이해할 수는 없을듯하다. 장수생의 경우 가장조심해야 할 것이 자만심이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초심일 듯싶다. 처음에 결심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꾸준히 공부를 한다면 수험기간은 분명 단축될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절실히 느낀 점 하나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진정으로 아는게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법의 경우 숲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가지에 얽매어 시간만 소모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수험생활 4년차에 접어들면서부터 자신감은 떨어지고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스터디를 생각하게 되었고 당시 학원에 스터디 모임이 있어서 가입하게 되었다. 스터디 모임이란 게 개인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여기에 언급은 자제하겠다.

나의 경우 스터디가 합격에의 도움보다는 인간관계 증진에 더욱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시험에의 자신감 부족과 공부이외의 활동은 결국 수험생활은 5년째에 접어들게 했고 결국 건강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드디어 맞이한 수험생활 5년차...그 동안의 노력 덕분인지 지방직 시험을 치기전에 모의고사 성적이 안정적인 합격권에 형성 되었고 국어, 영어, 행정법의 경우 점수가 거의 일정하게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시험이란 게 나의 의지를 시험하는지 시험 3주를 앞두고 어깨에 종양이 생겼다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해야하게 되었다. 그 당시 병원에 입원하면서 느꼈던 심정은 이게 꿈일까...였었던 거 같다. 왜 하늘은 이토록 나를 힘들게 하는가란 생각부터 주위에 모든 게 무의미해지고 삶에 의욕을 잃어버릴 정도로 힘들었었다. 하지만 역시 세상사가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기는지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 양성종양으로 판정되어 무사히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하고 다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과 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의 힘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지만 나의 길은 반드시 이 길이라는 신념하나로 반드시 다음해엔 합격하리라는 믿음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수험생활 6년째...그 동안 학원에서 강의도 한번씩 듣고 독서실에도 다니고 해서 원장님과 종종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합격만 한다면 뭔들 못할까 싶은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던 내게 원장님이 합격자 수기를 하나 주시면서 합격하고 싶으면 50번정도 써오라고 하셨던 거 같다. 첨엔 공부하기 바쁜데 뭐 이런 걸 시키시냐고 속으로 생각도 하면서 이거 쓴다고 합격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었는데 쓰다 보니 잡념이 없어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쓸 정도로 나에게 합격이 얼마나 절실한가’, ‘나의 합격에의 의지가 어느정도일까’ 써도 써도 줄어들 것 같지 않던 그 노트가 어느덧 완성됐을 쯤에 나의 마음가짐은 처음에 공부를 시작했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노트를 원장님께 드리니 원장님께서 그 날 이후 학원의 모든 강의를 합격할 때까지 그냥 들으라고 하셨었다. 집에서 학원비 얘기하기도 참 미안했던 시기에 그 말씀은 정말 고와웠었다. 그날 이후 시험칠때까지 모든 일상을 공부에만 집중하였다. 친구와의 관계도 최소화했고 종종 얘기하던 학원 사람들과의 관계도 극도로 최소화하면서 오로지 공부만 했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멀기만 했던 합격문자를 받았을 때 그 심정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큰 기쁨이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쁨이었다. 합격얘기를 주위에 전할 때의 그 마음이 얼마나 설레였던지...

지금도 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을 바라보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의 방법론이나 시험배분 이런 글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니 나는 내가 느낀 수험생활에서 가져야 할 마음과 기피해야 할 행동들에 관해 간단히 얘기해 보겠다.

※수험생이 가져야 할 자세

1. 초심 :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1년을 지나면서 공무원 공부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쯤 기본서를 등한시 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물론 문제풀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의 문제풀이는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다. 자신은 어느 정도 기본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 그 기본이 되었다면 문제의 꼼수에 넘어가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공부의 기초는 출제자의 꼼수를 간파할 수 있는 최고의 스킬일 것이다.

2. 자신감 : 장수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절대 자신감을 잃지 말라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 중요한건 마음가짐이고 노력일 뿐...절대 불합격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지마라. 문제의 근원은 자기자신일뿐. 시험장에서 실수한 것도 자신이고 컨디션 조절 실패도 자신이 한 것이다. 아는 문제였는데, 마킹을 실수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런 변명들은 합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3. 합격하리라는 믿음 :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이승엽 선수의 이 말이 수험생, 특히 장수생들은 좌우명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4. 공부에 대한 겸손 : 공부함에 있어서 겸손한 자세는 참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이 아는 것도 자만하지 말고 다시 복습하는 것, 항상 맞추는 문제라도 꼼꼼히 살펴보는 것 이런 모습들이 쌓여서 좋은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5.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 공부를 하다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정말 많다. 좋은 데 취직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 같이 공부하다가 포기하고 다른 곳에 취업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합격이 보이지 않을 때 등등 정말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합격하고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서로의 직장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공무원의 쥐꼬리만한 월급에 대해 불만을 얘기할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다. ‘니는 그래도 안 짤리자나...’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말일 것이다. 부양 식구가 늘 때 그만두고 나와야하는 일반 직장에 비해 얼마나 좋은 조건일까를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그리 힘겹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6. 이 길 뿐이라는 절실함 :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불합격의 주원인 중에 하나였다. 이글을 보는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나는 공부와 합격에 대해 절실하였던가를...

※수험생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

1. 오늘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 : 명언에도 있다. 오늘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시험까지의 기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짧은 기간일 것이다. 이 짧은 기간에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 목표에 맞게 스스로를 움직여 나가는 자세가 꼭 필요할 것이다. 한번 미루기 시작하면 다음날은 해야할 것이 그만큼 늘 것이고 그것이 쌓이다보면 결국 현실에 타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모의고사를 모의고사로 여기는 것 : 밑에 할 얘기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모의고사에 어느 정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기의 모습을 바로 안다는 것만큼 힘들지만 중요한 것도 없다. 자기의 능력을 정확하게 진단해야만 보완할 점을 파악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오판한다면 그만큼 수험기간은 길어질 것이다.

3. 틀린 문제를 아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 모의고사나 문제풀이를 하고나서 틀린 문제에 대해 이건 실수로 틀렸는데, 아는 것인데, 다음에 설마 틀리겠나 하는 마음으로 문제는 틀렸지만 심정적으로는 맞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건 참 크나큰 착각이다. 그 모든것은 자신의 현재 모습이다. 설사 실수라 할지라도 그 실수를 하게 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오답의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보라. 자신이 문제를 풀면서 생각했던 사고과정을 차분히 떠올려보면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틀리게 되었는가를 정확하게 진단해 볼 수 있을것이다.

4. 타성 : 반복되는 학습을 하다보면 대부분이 보던 것만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시험 문제는 변한다. 작년까지 기출되었던 문제가 다음해는 같은 내용이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 변형되어 나오는 건 기정 사실이다. 하던 것만 하는 사람에게 발전은 없다. 어느정도 응용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5.무분별한 시험접수 : 나의 경우 칠 수 있는 시험이란 시험은 다 봤었던거 같다. 3과목 이상 겹치는 시험은 거의 다 봤을 정도로 치다보니 비록 공부가 덜 된 상태에서 쳤다지만 시험후 휴유증과 피로도는 상당히 심했었다. 그리고 결과발표 후 몰려드는 자신감 결여도 무시 못할 정도였다. 시험은 목표로 하는 시험에 올인하는게 좋을 거 같다.

글을 짧은 시간에 쓰다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고 각자의 경우가 다르니 모두 공감할 정도의 글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족하나마 수험생활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고자 쓴 글이니 이해하시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수험생활이란 게 정말 외롭고 힘든 자기 스스로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시고 꼭 합격의 기쁨을 맛보시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