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수험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소망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면접특강을 듣는 것, 그리고 합격수기를 써보는 것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두를 떼는 것이 꿈만 같은 기분입니다.
아무쪼록 읽으시는 분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 과목별 학습법

(1) 국어

국어는 기본이론반 수업, 그리고 개설되는 단과 강좌(최혁춘 샘 / 김상곤 샘)를 거의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가장 속을 썩인 과목이기도 합니다.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 첫 번째 실수였고, 세부적인 사항을 암기하고 있어야 편하게 풀 수 있는 문법 영역을 안일하게 준비한 것이 두 번째 실수였습니다.

첫 번째 실수는 문제를 많이 풀면서 감각을 익히는 방식으로 극복했습니다. 기출문제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풀었고, 단과 수업에서 받은 자료들도 반드시 먼저 풀어보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계속해서 문제를 접하다보면 공무원 국어 문제도 수능 언어영역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문학 영역과 비문학 독해 영역은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그런 유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본 기억이 희미해져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문제를 푸는 방식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문제를 풀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이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문법 사항에 대한 지식 부족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익혀서 입에 붙이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지방직 시험 직전에 국립국어연구원 출제본 강의를 몰아서 들었습니다. 애매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면서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입에서 나오도록 외우고 나니 문법 문제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서브노트도 안 만들었지만, 국어 문법 사항만큼은 헷갈리는 사항들을 적은 노트를 만들어서 시험장까지 가지고 갔습니다. 문법 영역 역시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늘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만은 절대 틀리지 않도록 익히고, 나머지는 시험장에서 생각만 나게끔 눈도장을 찍는 기분으로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어 공부하실 때 한자를 걱정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저 역시 기출문제들을 보기 전까지는 한자가 늘 목에 걸린 가시처럼 걱정스러운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한자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한자는 기출된 것들, 그 중에서 빈도가 높은 것들만 읽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기본서에서 속담이나 사자성어, 한자어 파트를 골라 눈으로만 슬슬 읽었습니다. 그게 공부가 될까 싶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기억에 남는 부분이 늘어납니다. 시간을 따로 내 써가면서 익히는 것보다 오히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2) 영어

이정찬 선생님의 기본이론반을 한 번, 장량 선생님의 문법 강의와 2N2 강의를 각각 한 번씩 들었습니다.
저의 경우 독해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어휘와 문법이 취약한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문법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자신이 없었던 영역이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장량 선생님의 품사론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영어 문법에 그렇게 목숨 걸고 매달리지 않아서 드라마틱한 점수 상승에는 실패했습니다. 문제를 풀었을 때 언제나 일정한 점수(65-75를 오르락내리락)가 나왔기 때문에, 현 위치에서 조금만 더 높이자는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독해는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매일 열 문제씩을 풀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푸는 식으로 문제당 1분을 정해놓고 무조건 답을 체크하고 채점하는 식이었습니다. 채점한 후에는 해석본과 원문을 한 문장씩 대조하며 꼼꼼히 읽고, 모르는 단어는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빨간 펜으로 의미를 달아놓았습니다. 복습할 때 다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어휘만 체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작할 때에는 길게는 15분 넘게도 걸리던 시간이 8분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또 밑줄로 표시하는 단어도 점점 적어졌습니다. 제 생각에 이 학습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독해 속도와 감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일정한 분량을 소화하는 것과 해석본과 원문을 꼼꼼하게 대조하며 읽는 과정입니다. 한 문장씩 떼어서 읽다 보면 한국어 문장이 영어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고, 바른 문장에 대한 감각이 생기게 됩니다. 저는 문법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감각이 결국 문법 문제를 접할 때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휘는 독해집에 모르는 것으로 체크된 것만 빠짐없이 익히자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빠진다 싶은 단어들은 워드스펀지를 보면서 익혔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은 마지막까지 취약한 영역이었으므로 오히려 제가 조언을 구해야 할 입장이지만, 문법 문제를 많이 접하다 보니까 빈출되는 영역이 있고, 결국 답이 되는 부분도 거의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3) 한국사
백승문 선생님의 기본이론반을 한 번, 심태섭 선생님의 2N2 강의를 한 번, 최진우 선생님의 심화강의와 문제풀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와 맞는 수업을 찾느라 가장 고생한 과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듣게 된 최진우 선생님의 심화강의는 12월 말에서야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정말로 촉박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의 수업을 듣는 시간 외에는 계속해서 한국사 인터넷 강의만 들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고민스러운 선택이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가장 높은 집중력으로 집약된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90강에 가까운 분량을 열흘 좀 넘는 시간동안 다 들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1.8배속, 속도에 익숙해진 후에는 2배속으로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암기과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한 암기과목이기 때문에 성공한 방법이었습니다.

강의를 다 들은 후에는 바로 문제풀이로 들어갔습니다. 최진우 선생님은 문제를 많이 주시기 때문에 그것만 열심히 풀어도 충분했습니다. 반드시 강의 듣기 전에 문제를 미리 풀고, 문제풀이 강의를 듣고, 4개의 지문이 모두 쉽게 이해가 되면 넘어가고 하나라도 걸리면 바로 기본서를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어떤 과목이든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사는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풀이에도 요령이 있고 기술이 있습니다. 기본서의 지식이 지문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안심하고 시험장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사라는 과목의 특성에 가장 유효적절하게 공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바짝 보는 것이 유기적인 기억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저처럼 마지막까지 헤매다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하지 마시고, 적절한 시기를 골라 한국사를 완전히 마스터하겠다는 각오로 시간을 투자하면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4) 행정법

이영화 선생님의 기본이론반을 두 번, 2N2 강의를 두 번, 그리고 판례특강과 문제풀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법학에는 전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들은 기본이론반 수업에서는 행정법이 무엇인지 맛만 본 느낌이었습니다. 수업을 연거푸 들어서야 서서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전체적인 구조가 보였습니다. 그런 후에 2N2 수업을 들으니 그때 비로소 실력이 부쩍 올랐습니다.

교재와 강의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선생님 방식대로만 따라가도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특히 교재는 다른 어떤 책을 훑어봐도 이보다 보기 좋은 포맷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트리노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전체적인 개관에도, 최종 정리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이론의 기초를 잡는데 시간이 걸린 과목이어서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풀었습니다. 하지만 문제풀이 수업도 아주 꼼꼼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업에만 충실하면 충분했습니다.

(5) 행정학
심철수 선생님의 기본이론반을 한 번, 2N2 강의를 두 번, 그 외 개설되는 특강들을 대부분 수강했습니다.
행정학을 처음 접했을 때는 도무지 어떻게 공부해야 좋을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강의에 의지했고, 수업을 많이 들은 것이 결과적으로 빨리 행정학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량이 너무나 방대해서 혼자서는 경중을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2N2 강의에서는 매주 모의고사를 보게 되는데, 이 모의고사를 잘 보려고 늘 애썼습니다.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를 더 하게 되는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좋은 점수를 받게 되면 자신감도 따라서 붙게 되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정을 붙이기 힘든 행정학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매주 본 모의고사 덕분이었습니다.

행정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가장 필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제를 접해 보아야 기본서에서 어떤 부분이 특히 중요하고 어떤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게 출제되는지 익힐 수 있습니다.

천 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을 모두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또 행정학은 조문이나 판례가 출제되는 행정법과는 달라서, 같은 내용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정답과 오답을 오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문제풀이의 경험이 없으면 반드시 헤매게 되어있습니다. 기본서를 열심히 보고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 가장 기본에 충실한 학습법이 결과적으로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 마무리하며

저는 무척 게으른 사람입니다. 다른 분들이 다 하시는 서브노트, 오답노트도 만들기가 귀찮아서 못 만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복습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으려고 수업시간에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공부는 수업으로 마무리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또 의식적으로 공부거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여가려고 애썼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반복하고, 자주 출제되지 않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가며 공부했습니다. 물론 이런 태도로 고득점은 노리기 어렵겠지만, 아는 부분을 확실하게 해두면 합격선까지는 충분히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험생활 중 여러 번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낙방의 공포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반복해서 생각했습니다. 펜을 떨어뜨리고도 바닥에 붙었다고 돌려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공부거리를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고, 그리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꼭 합격의 기쁨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