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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 3번 혹은 4번 출구로 나가려면 낯선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조의 지하철 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구가 이상하게 꼬여 있고,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는 저속 운행을 한다. 이상하게 꼬여 있는 지하철 출구와 저속 운행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이런 이상하기 짝이 없는 현상은 한 공기업 직원의 ‘비리’로 빚어진 결과다.
2006년 10월 서울대입구역에 새로 들어 선 쇼핑몰에서 서울대입구역 지하철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에 지하 연결통로를 공사하기 위해 서울메트로에 허가를 얻어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 중 대형 상수도관이 발견돼 조금 더 깊은 지하로 출구를 만들어야 했고, 이 때문에 3번 출구와 4번 출구 동선이 길어지자, 서울메트로에서는 쇼핑몰 업체에 양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쇼핑몰에서는 추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4번 출구를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로 대체하려고 협조를 구했으나, 엘리베이터는 에스컬레이터에 비해 운송할 수 있는 인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울메트로에서는 해당 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의 한 직원을 200만원으로 매수해 설계 변경 승인 문서를 위조했다.
업체에서는 불법으로 승인된 공문서를 토대로 공사를 진행했고, 공사가 절반 정도 진행돼서야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직원의 불법 행위를 알게 됐다.
하루 4만 명이 오가는 4번 출구가 폐쇄되니 다른 쪽 출구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고, 혼잡 시간에는 출구에서 빠져 나오려면 5분 이상이 소요됐다. 공문서 위조 대가로 받은 200만원이 몇 만 명의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셈이다. 그리고 200만원이라는 크지도 않은 돈에 양심을 팔아 버린 대가로 그 직원은 파면됐다.
공무원이 되면, 이런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정부에서는 공무원의 비리를 막기 위해 인사혁신과 징계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결국은, 공무원 개개인의 ‘올바른 양심’이 있어야 이런 비리들이 원천 봉쇄될 것이다. 인사처에서는 공무원의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채용단계에서부터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
